글로벌 제약사들도 수없이 포기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서 혁신 신약들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 제약사 에자이는 경제적 자본만을 좇지 않고 지적, 인적, 사회적 자본에 투자하며 ‘축적의 힘’을 증명했다. 첫째, 지적 자본을 쌓기 위해 치매라는 미충족 수요가 큰 전략 분야에 집중 베팅하고 고위험 비즈니스에서 피할 수 없는 숱한 실패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둘째, 인적 자본을 쌓기 위해 알츠하이머 정복을 넘어 hhc(human health care, 인간 중심 헬스케어)라는 명확한 기업 이념을 바탕으로 같은 꿈을 꾸는 글로벌 인재를 끌어모으고 직원들로 하여금 업무 시간의 1%를 환자들과 보내도록 의무화해 기업의 사명을 피부로 느끼도록 했다. 셋째, 사회적 자본을 쌓기 위해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치료를 넘어 예방, 진단, 사후관리 등 전 단계에 걸쳐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커뮤니티 및 생태계를 구축했다.
“길고 긴 이별(The Long Goodbye).”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알츠하이머병(AD, Alzheimer’s disease)에 걸린 뒤 그의 아내 낸시 레이건은 사랑하는 사람이 기억과 인격을 잃어가며 눈앞에서 사라지는 고통을 ‘긴 이별’이라 표현했다. 알츠하이머는 단순한 기억 상실이 아니라 뇌의 신경세포를 하나씩 파괴하며 기억, 판단력, 언어 능력, 감정 조절, 운동 기능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환자는 살아 있지만 점점 떠나가면서 더는 온전한 그 사람이 아니게 된다. 알츠하이머가 환자보다 가족이 더 힘든 병이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츠하이머 정복의 역사는 이 이별을 미루려는 사투의 여정이었다. 현재까지도 완전한 치료법은 없지만 긴 터널의 시작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시간을 벌기 위한 싸움은 이어져 왔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은 가장 극심한 난도의 고위험 비즈니스로도 악명이 높다. 미국제약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1998~2014년 임상을 진행한 알츠하이머 치료 약 127개 중 123개가 개발이 중단됐고 2008~2018년에는 총 86개가 시험에 들어갔지만 단 한 건도 승인되지 않았다. 당시 업계 2위였던 화이자는 2018년 1상 임상 시험 단계에 있던 4종의 의약품 개발을 포기하고 알츠하이머 등 신경계 분야에서 철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숱한 과학자들과 제약사들이 도전을 멈추지 않은 이유는 이 질병의 정복이 인류의 오랜 숙원이기 때문이다.11알츠하이머협회 국제회의(A온라인카지노C, 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5500만 명이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 수치는 2030년까지 7800만 명, 2050년 1억 14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치매 환자도 2026년 100만 명, 2044년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