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보험회사로부터 통지서 한 통을 받았습니다. 보험 배당금이 쌓여 있으니 찾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연말이어서 용돈이 궁하던 차에 잘 됐다 싶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집사람과 함께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홈페이지에 있다는 ‘배당금 지급’ 메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이튿날 업무를 얼추 마친 오후 5시경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절한 목소리의 안내원이 한 말은 “해당 업무는 오후 4시 20분 이전에만 처리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지서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두 번이나 허탕을 치고 나자 짜증이 나더군요. 그러면서 ‘내 다시는 그 회사 보험을 들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불만 고객 중 6%만이 직접 항의
이는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경험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기업의 고객 관리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불만이나 짜증을 느낀 고객의 재구매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런 고객 중에 실제로 항의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 조금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개인 관계에서도 상대방이 내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삐치면 엄청나게 난감하지 않습니까.
이런 사실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이 2005년에 1186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불만고객 연구 보고서’란 것이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쇼핑 고객 가운데 매장에서 짜증이나 불만을 경험한 사람의 32∼36%가 같은 매장을 다시는 방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해당 매장에 항의하는 사람은 6%에 불과하답니다. 더 좋지 않은 것은 불만 고객의 31%가 주위에 부정적인 입소문을 퍼뜨린다는 것이지요.
기업이 먼저 불만 사항 물어라
정말로 소비자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침묵하는 불만 고객’의 존재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SK마케팅앤컴퍼니의 문종훈 상무는 “기업이 먼저 능동적으로 고객의 입을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문 상무는 미국의 소비자 조사기관인 온라인카지노54028;워의 소비자 만족도 설문이 참고할 만하다고 하시더군요. 온라인카지노54028;워는 신차 모델을 구입한 고객에게 구매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만족도 설문을 합니다. 아주 세밀한 체크포인트로 고객의 불만사항을 점검해 차량 100대당 불만 포인트가 몇 개인지 집계하고 신차 모델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지요.
고객의 행태를 관찰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동국대 경영학과 여준상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외국의 한 항공사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한 달 동안 관찰해 그들이 대기 시간을 매우 지루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항공사는 비행기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은 어렵지만 고객의 지루함을 달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수시로 음료수를 제공하거나 고객이 지루해 할 때쯤에 안내 방송을 해 줌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접하는 경영자나 마케팅 담당자께서는 스스로에게 한번 질문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고객의 불만을 능동적으로 수집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가만히 앉아서 고객이 전화를 걸어오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습니까.